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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룩업(Don't Look Up), 영화 완전분석!

by Thinknote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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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는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 보시고 나서 영화를 보시면 더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돈룩업>은 제겐 너무나도 천재적인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미국 정치, 사회, 경제, 학계, 언론, 미디어, SNS, 테크기업, 국제, 나아가 인류 전체를 모두 비판하고 조롱하는 이 영화입니다. 안 그래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3배 정도는 재미있어지는 코드들이 난무합니다. 그래서 준비해 봤습니다.
영화 <돈룩업>의 완전 분석입니다.

이 영화가 2021년 최고의 영화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칼 세이건

영화는 천문학 박사 과정 수료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의 시점으로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칼 세이건 피규어를 놓아둡니다. 케이트는 고스족처럼 빨간 머리, 피어싱, 화려한 펑크룩 메이크업하고 있고, 코르크 게시판엔 밈이 잔뜩 붙어 있고, 잼을 넓게 바른 토스트, 티가 담긴 머그잔이 놓여 있는 대학원생 책상의 모습, 게다가 마리화나를 끼고 사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입니다. 이 영화는 소행성 충돌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때 스티븐 호킹은 소행성이 지구상의 생명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고,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미국이 이런 재난에 준비가 덜 되어 있다면서 우려했었으며, 나사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처하는 데만 5년이 걸린다고 예측했습니다. 요즘은 정말 자세한 예측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자 칼 세이거는 시각이 달랐습니다. 그의 저서인 'Pale Blue Dot'에서 인간이 만약 이런 기술이 있다면 이 세상은 자연적 충격보다 인위적인 충격에 대해 우려를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영화는 정작 자연적 충격보다 그 전에 벌어지는 인위적인 충격을 보여줍니다. 랜들 교수가 다시 한번 칼 세이건 피규어를 집어 들고, 그가 이렇게 했을 거라며 충돌 계산을 해 보이는 건 그래서 역설적입니다. 이다음에 잭 핸디의 문구가 나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I want to die peacefully in my sleep like my grandfather, not screaming in terror like his passengers"
잭 핸디는 문학가도 철학가도 사상가도 아닌 유머 작가로 한때 SNL의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진지함 따위는 하나도 없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 미시간 주립대

그다음 이 영화엔 미시간 주립대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시간 주립대를 무시하게 됩니다. 랜들과 케이트는 미시간 주립대 소속입니다. 사실 미시간에 두 개의 주립대가 있습니다. 하나가 MSU라고 불리는 미시간 주도 랜싱에 있는 미시간 주립대 또 하나가 UM이라고 불리는 미시간대 랜들과 케이트가 있는 곳은 이 중에 MSU입니다. 도대체 왜 이 학교일까?. 여기엔 몇 가지 의도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아이비리그 출신 정치인들이 하는 바보 같은 짓들을 조롱함과 동시에 펜 주립대를 다니다 템플대를 다녔던 애덤 맥케이 감독이 학창 시절 알고 느낀 바대로 주립 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립대 중에서도 천문학과가 훌륭한 학교를 찾았고 그게 MSU였습니다.

 

3. 지구방위합동본부

영화에서 오글소프가 몸담고 있는 '지구방위 합동본부'는 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 줄여서 PDCO 나사의 하부 조직으로 이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소행성 같은 잠재적 위험물에 의한 접근과 충돌 가능성 정보를 정부와 언론 및 대중에게 적시하고 제공하는 겁니다. 그래서 오글소프가 랜들과 케이트를 일차적으로 백악관에 데리고 간 것입니다.

 

4. 화이트 하우스

백악관에서 케이트가 구토하고 로고와 블루지한 기타 리프가 나옵니다. 위아래가 긴 폰트, 색상과 블루스, 케니 버렐의 앨범 커버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랜들과 민디는 영화 10분 만에 백악관에 입성하고 촌극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심즈 장군은 무료로 제공되는 백악관 물과 스낵을 팔아먹고 주민들 시위 때문에 오키나와로 가버립니다. 오글소프도 연예인이나 신경 씁니다. 여기서 랜들과 케이트는 자낙스를 먹습니다. 이제는 어지간한 국내 제약회사보다 익숙한 화이자 약입니다.
불안, 우울, 공황을 막아주는 약입니다. 약을 많이 쏟아 넣는 케이트가 이 영화에서 정작 가장 많이 흥분합니다. 제약 회사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은 그동안 얼마든지 있었고 코스트코 같은 곳에서 어지간한 약은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미국의 의약물 오남용 사례도 짐작이 됩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기다리고 호텔이 아니라 모텔을 잡아주는 게 백악관 수준 되겠습니다.

 

5. 올린 대통령

이 영화에서 올린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를 암시하냐고 말도 많습니다.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나 그게 아니면 트럼프냐 힐러리냐는 겁니다. 금발 여성인 건 힐러리 같고 전직 리얼리티 TV 스타 출신인 건 트럼프 같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기후 및 환경 위기론에 부정적인 것도 그렇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었고 엄청난 산불을 유발하고 있다고 브리핑받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식을 거고, 지켜보면 된다"라고 무관심하게 말한 바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올린 대통령은 대법관 후보 지명자로 폭력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남서부 보안관 콘론을 지명합니다. 콘론은 조 아르파이오 같습니다. 보안관 출신의 법 집행관이었고 나중에 수많은 불법 행위와 권력 남용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트럼프가 사면해줍니다. 게다가 아들을 비서실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얘는 코를 수시로 만집니다. (코카인, 비강으로 흡입, 비염 유발) 약을 빨면서 건강 생각한답시고 착즙 주스를 사 먹습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는 백악관의 상임 고문이었습니다. 전 트럼프 백악관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썸에 따르면 자레드와 이방카는 자기들이 그림자 대통령이자 영부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폭로했었습니다. 또한 벽에는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사임한 대통령인 닉슨의 초상화가 몇 차례 비칩니다. 닉슨은 공화당이었습니다.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과 껴안고 있는 사진과 스티븐 시걸, 머라이어 캐리 등 유명 인사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습성은 버락 오바마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클린턴 사진은 '르윈스키 스캔들'을 한 번쯤은 생각나게 하고 오바마는 아이비리그 출신 전문가들을 중요 직책에 올리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흡연 습관을 숨긴다든지 후원자들을 우대하고 한 자리씩 주거나 백악관에 출입하게 하는 등 정치계 인사들에게 치사하고 더러운 요소들을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군함 위에서 하는 연설은 마치 부시 같았습니다. 네, 이 영화 모두 비난합니다. 

 

6. 데일리 립, 미디어

이 영화는 미디어도 대차게 비난합니다. 이 데일리 립이라는 방송은 해가 솟아나고 있는 뉴욕 메나탄의 마천루가 그려진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되듯 아침 방송입니다. 이건 수년간 굳건한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는 아침 방송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를 패러디합니다. 어디까지나 가볍고 심플하게 아침부터 전 미국의 트렌딩을 지져댑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하는 진행자 브리 에반티는 외모로 보나 뭐로 보나 MSNBC 모닝죠의 미카 브레지즌 스키와 똑같습니다. 침대에서 쏟아내는 엄청난 커리어도 그렇습니다. 물론 에더매케이 감독은 부인했습니다. 방송 이후 랜들과 민디는 뉴욕 타임즈 같은 뉴욕 헤럴드의 회의 테이블에 앉습니다. 여기서 빅데이터 트렌딩 곡선,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팝스타 스캔들에 인류 최대의 위기가 짓눌려 버린 걸 확인합니다. 나중엔 랜들도 SNS에 매달리고 온라인 언쟁을 뜹니다. 미국인들이 소파에 몸을 쑤셔서 받고 보는 게 넷플릭스 같은 데서 뿌리는 섬이나 휴양지에서 젊은 남녀가 때로 짝짓는 프로그램이고 그걸 젖히고 긴급으로 쏘는 게 대통령의 엄숙 비장한 선거용 국면 전환 대국민 선언입니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라 치고 그걸 또 전 세계인들이 보고 있는 촌극 역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7. 스바루 망원경

스바루 망원경은 실제로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인 스바루가 만든 건 아니고,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일본의 국립 천문대입니다. 이곳엔 일본 것만 있는 게 아니라 13개의 망원경이 있고 하와이 대학이 관리합니다. 이곳에 이렇게 망원경이 많은 이유는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아서 망원경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만 활동가들이 여기에 망원경을 올리는 걸 반대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은 여기서 제미니라는 망원경을 씁니다. 아무튼 랜들과 제자들은 여기서 관측하고 있었던 겁니다. 인트로에서 케이트가 임시로 책상을 두고 직원들이 따로 오갔던 것도 그 이유입니다. 하와이와 워싱턴DC는 5시간가량의 시차가 있습니다. 랜들과 케이트가 밤에 관측하고 계산하고 공황에 빠진 시간이 새벽이고 오글소프가 출근할 무렵이 오전입니다. 랜들과 케이트가 중서부 미시간 출신이고 집도 랜싱이라서 군용 수송기에 탄 채 워싱턴 DC로 가는 게 딱히 힘들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하와이에서 워싱턴DC로 가는 건 10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덜덜거리는 군용기를 타고 기내식도 음료수도 없이 계속 가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압니다.

8. 오글소프 & 드러스크

이 영화가 인종 문제를 언급하는 영리한 방법은 오글소프와 드러스크를 통해서 보입니다.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이 영화는 랜들, 케이트, 오글소프를 체포하러 가는 FBI도 연령이 높고 머릿수도 지나치게 많게 묘사하는 데다 일말의 경고도 없이 닥치고 총을 겨누는 등 과잉 수사 진압 체포를 보여주며 공권력도 풍자합니다. 또한 로켓을 탄 드러스크 대장이 미국 민요인 오수자나를 부릅니다. 이 곡을 쓴 스티븐 포스터가 미국 민요의 아버지라는 것 말고도 알아두실 내용은 이 사람이 상당히 인종차별적인 노래를 써왔다는 겁니다. 오 수잔나가 사랑 노래가 되기 전에 초창기 2절엔 50명의 흑인을 죽였다는 구절이 담겨 있었습니다.

 

9. 테크 기업 배시

이 영화가 시작한 지 54초 만에 배쉬 오리지널 콘텐츠라며 테크 기업이 하다못해 영화 드라마까지 제작하고 스트리밍하는 걸 비꼬지만 마크 라이런스가 연기하는 테크 기업 배쉬의 CEO 피터의 묘사도 정말 기가 막힙니다. 마크 라이런스는 이미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테크 기업 CEO를 연기한 바가 있었습니다. 매년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발표하는 애플과 비스름한 회사의 CEO임과 동시에 첨단 우주공학 기술을 자랑하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자기 알고리즘이 죽음의 원인을 예측해 준다며 빅데이터 마이닝을 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하는데 이런 부분에선 구글과 페이스북이 떠오릅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숭배의 대상이 된 그들이 만든 시스템이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조작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불신받으며 청문회나 조사를 받았던 숱한 사례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들의 알고리즘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는지, 그들 본인의 부와 이익을 우선시하는지는 지금 그들이 가진 걸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는 그들이 마치 자신들이 인류의 구세주인 양 구는 모습마저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럴싸하게 지은 명칭과 어휘들로 코팅해서 과거를 부정함과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여주면서 혹하게 하고 주식도 치솟고 자기들은 막대한 돈도 벌듯 정작 그들의 삶이 나아졌는지 우리의 삶이 나아졌는지를 되묻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몇몇 테크 기업들은 국가 우주 산업의 수주를 따기도 하고 실제로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기도 하지만 정작 배터리로 충전해서 모터로 가는 자동차랑 인터넷 쇼핑몰 말고 마치 신처럼 구는 그들이 뭘 그렇게 인류를 혁신으로 이끌었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캠페인을 보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는 전화는 배시 회원만 쓸 수 있고 유료인 것처럼 과연 사람들은 테크 기업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인지 테크 기업에 착취당하고 있는 건지도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10. 돈룩업

크리스 에반스가 소문대로 카메오로 나오는 것도 재밌지만, 당장 인류가 작살 날 위기 앞에서도 이 지도층은 정치적인 갈라치기를 하고 싸우고 비꼬고 휩쓸립니다. 이 긴박한 와중에도 소행성에서 광물을 찾겠다지 않나 거기에 적대국은 쏙 빼놓는 결정을 하면서 위기는 비즈니스가 되어버립니다. '위를 올려다보지 말라는 사람들', '위를 올려다보라는 사람들' 이게 지금과 똑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우리 역시 최근 몇 년 새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당장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이라면 뭘 하고 싶은지 묻습니다. 랜들은 가족 품으로 돌아가 모두가 함께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합니다. 그 평범함, 마치 언제까지라도 있어 줄 것 같은 그 광경이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되는 가장 고결한 삶 속에 갇히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억을 말하고, 감사함을 표현하고, 사랑을 내비치고, 본 적은 없지만 믿을 뿐인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그들은 최후를 맞습니다. 모두가 멸망 직전에 향하는 각자의 자리가 사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바로 있는 이 자리라는 걸 알려줍니다.

 

11. 경이로운 영화

이 영화가 경이로운 이유는 이 모든 요소를 맥락 속에 집어넣으면서도 막힘 없이 원활하게 아주 유기적으로 흘러가게 했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을 강조하면서도 모든 것을 지나치지 않음에도 영화가 한 번도 절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파고드는 정지 컷과 컷아웃, 인서트들 정말 적재적소에만 힘을 준 VFX, 완벽한 타이밍을 보여준 음악과 인트로 엔딩이 많은 배우와 셀럽들이 왜 이 각본을 보고 몰려들었고 기가 막힌 앙상부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는지 이 섬세한 감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 영상과 더불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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